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2일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회담에서 합의한 16개 항목 중 핵심은 △한반도 유사 시 전 세계 미군전력 증강 배치 △핵확장 억제력 제공 명문화 △전시작전권 전환 재확인 △한국의 세계평화 기여 등 4가지다.

미군 증강배치와 핵확산 억제력은 지난해 40차 SCM회의에서도 논의됐지만 미국이 이번에 두 가지를 확실히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의미가 크다.

게이츠 장관은 한반도 유사 시 미군전력 증강 배치와 관련 세계 전역에서 가용한 미군전력을 연합방위를 위해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증강 배치해 한국을 방위한다고 전례없이 연합방위를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은 본토와 주일미군 전력위주로 증원계획을 짜왔다.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대비,해당 지역의 전력을 빼내 막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에 한반도 전시증원 대상 전력이 전 세계 미군전력으로 확대됨으로써 연합방위 능력은 한층 강해지는 의미를 갖게 됐다. 미국이 지난 10년간'유연한 증강전략'에 대해 확인도,부인도 안 해온 점에 비춰보면 이번 합의는'그간의 찜찜한 한 · 미 군사관계'를 정리한 진일보한 합의라는 게 국방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에 3대 '확장된 억제력'을 제공키로 명문화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거둔 최대 성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3대 '확장된 억제력' 제공이 명문화됨에 따라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기와 잠수함,항공모함 등 핵전력과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 억제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 경우 요격시스템인 MD체계를 통해 공중에서 요격하는 프로그램도 가동하게 된다. 양측은 또 전작권 전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하에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전환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재확인했다.

한국 측은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연합방위를 보장받은 대가로 '국제평화 기여'라는 포괄적 항목을 미국에 양보했다. 국제평화 기여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국의 아프카니스탄 지원도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미 국방부 모렐 대변인이 지난 19일 한국의 아프카니스탄 경제지원을 강조한 데 이어 게이츠 장관이 이틀 뒤인 21일 한국의 국제적 군사기여를 언급한 것과 무관치 않다. 결국 올 SCM회담은 한 · 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면서도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은 실리 회담이었다는 게 국방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