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내년 방한 위한 우호적 환경 조성
李대통령 "가장 가까운 관계 노력하자"
하토야마 "역사 직시할 용기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히토야마 총리가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지난 6월 방한했을 때 청와대에서 회동한 바 있으나 정상간 회담은 이날이 처음으로, 특히 한일 과거사에 대한 기본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뉴욕에서 `상견례'를 가진 두 정상은 약 3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인사말부터 역사인식과 관련해 `짧지만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

공식회담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먼저 "일본에 있어 한국은 가장 가깝고 중요한 나라"라면서 "양국 관계가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일본) 정부로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이 대통령은 "양국이 서로 신뢰하고 가장 가까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데 노력해 나가자"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고, 나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으며, 하토야마 총리도 "우리 민주당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화답했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한일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양국간 문제 뿐 아니라 세계와 아시아문제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해 협력해 나가자"면서 "경제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핵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앞으로 공조하자"고 당부했다.

길지않은 대화였으나 `아시아외교'를 특히 중시하는 하토야마 총리와 `신(新)아시아 외교'를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이 새로운 한일관계 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돼 양국 정부가 향후 이와 관련한 어떤 구체적 후속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또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을 초청한 것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대목으로, 우리 정부는 일왕 방한이 과거사 청산의 상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이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일왕 방한을 비롯한 양국 과거사 청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수준의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북핵문제, 기후변화 대응 등 양국간, 범세계적 현안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선 북핵문제에 언급, 하토야마 총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해야 한다"면서 국제공조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으며, 이 대통령이 6자회담 참가국의 강한 결속력을 강조하자 "말씀에 공감한다"면서 적극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토야마 총리가 이번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총선 공약이었던 '2020년까지 온실가스 1990년 대비 25% 감축'을 국제공약으로 내놓은 것도 화제가 됐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른바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면서 "이것이 다른 나라에도 자극이 돼서 (12월 열리는) 코펜하겐(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이 대통령도 "하토야마 총리의 과감한 선도적 제안이 미국과 중국 등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하토야마 총리는 2016년 하계올림픽의 도쿄(東京) 유치를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이 대통령은 내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참석자는 "하토야마 총리는 회담에서 한류팬으로 알려져 있는 부인 미유키(幸) 여사가 한국에서 자신보다 더 인기가 있다며 농담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면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그랜드 바겐'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며, 일본 납북자 문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우리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 박인국 주 유엔대사.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일본측에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관방장관 등이 배석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승호 이승관 기자 chu@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