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경북 구미와 대구,포항을 찾았다. 고향인 포항 방문은 당선인 시절 발걸음을 한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항 개항식에 참석한 후 어릴 때 '좌판의 추억'이 있는 죽도시장을 들렀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어린 시절 과일과 '아이스케키' 등을 팔고 뻥튀기 장사를 했다. '가난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날 죽도시장 일대는 몰려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하며 열렬하게 환영했다. 도로가 막히자 결국 이 대통령은 죽도시장 2㎞가량 앞에서 차에서 내려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걸어갔다. 2㎞ 이동에 두 시간 이상 걸렸다. 금의환향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연신 두 팔을 머리 위에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며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측근들이 경호 문제 등으로 차량 탑승을 권했으나 이 대통령은 "정치행사 같은 모습"이라며 거절하고 시민들과 함께 계속 걸어갔다. 이 대통령은 죽도시장 내 식당에서 지역인사,상인 등과 매운탕 · 회 등을 곁들여 만찬을 했다. 이곳에서 어머니 고(故)최태원 여사와 함께 시장에서 장사를 한 최익순 할머니(84) 등을 만나 끌어안으며 "잘 오셨다"고 반겼다.

이 대통령은 영일만항 개항식 연설에서 "포항 시민들이 부끄럽지 않도록,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도록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온 몸을 다 바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고등학교 시절 뻥튀기 장사를 할 때 여학생이 지나가면 부끄러워 밀짚모자를 쓰고 머리를 숙였는데 어머니가 '장사를 하려면 손님과 눈이 맞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