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것 꿈만 같다" 연안호 35일 만에 가족상봉

북측 조사관, 정찰임무 고의 월선 시인 강요

"나침반만 믿었는데...북한 경비정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살아온 것이 꿈만 같습니다.국민 염려 덕분에 살아 돌아왔습니다."

지난 7월 30일 조업 중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해 북한 경비정에 예인됐다가 한 달 만에 석방된 '800 연안호' 선원들이 1일 정부 합동조사반의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이들의 귀가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시께 오징어 조업을 위해 고성 거진항을 출항한 이후 무려 35일 만의 일이다.

이날 오후 집으로 돌아와 가족 품에 안긴 박광선 선장은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서 돌아온 것이 정말로 꿈만 같다"며 "선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성원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선장은 거진항에 도착해서도 환영나온 주민과 동료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다시 조업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선장 박 씨와 나머지 선원 3명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합동조사반의 조사를 끝내고 귀가 조치됐다.

이틀간의 조사를 끝낸 뒤 속초항 해경부두로 이동한 박 선장은 "GPS(위성항법장치)가 고장 나 선박에 장착하지 않고 조업에 나섰다.

나침반이 정확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나침반이) 착오가 있었다"며 북방한계선 월선 경위에 대해 직접 밝혔다.

이어 그는 "항로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라며 "북한 경비정이 배를 댔을 때서야 잘못 온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연안호는 지난 7월 30일 오전 6시17분께 속초수협 어업정보통신국에 '북한 경비정이 배를 붙이고 밧줄을 던지라고 한다'는 내용의 마지막 교신을 보낸 뒤 거진항 동북방 22마일(NLL 북방 8마일) 해상에서 북측 경비정에 예인됐다.

이와 함께 선원들은 "억류 생활하는 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긴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북측에 억류된 연안호 선원들은 선박 내에서 북측 조사관으로부터 신원이나 월선 경위 등의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달 1일 원산항으로 옮겨져 19일까지 격리 수용된 채 조사는 지속됐다.

북측 조사 당시 선원들은 을지훈련 정찰임무 등을 부여받고 고의로 월선한 혐의를 시인하도록 강요받았고,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영해 불법침입죄로 인민재판에 넘기겠다는 말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9일 남측으로 송환되기 하루 전인 28일 오후 5시께 북측 조사관으로부터 '장군님의 배려와 남북관계 발전'을 이유로 귀환시킨다는 사실을 통지받았으며, '공화국 비방금지 약속의 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하고서 석방됐다.

이날 오전 11시10분 속초항 해경부두를 떠난 연안호가 오후 1시께 해경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거진항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던 100여명의 주민과 동료들은 박수로 반겼다.

배가 도착하기 30여분 전부터 방파제에 나와 먼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리던 선장 박광선 씨의 부인 이아나 씨는 배가 물양장에 접안하자 주저앉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선원 이태열 씨의 부인 조현옥 씨는 준비해 온 두부를 선원들에게 나누어줘 눈길을 끌었다.

조 씨는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과 같은 갇힌 생활은 더는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두부를 사왔다"고 말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항구에 직접 나온 이 씨의 노모 김기옥(73) 씨는 아들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기관장 김영길 씨는 마중나온 부인이 안고 나온 손녀 가람(5) 양을 안고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오랜만에 남편과 자택 거실에 마주 앉은 박 선장의 부인 이 씨는 "과부 되는 줄 알았다"라며 "얼마 안 남은 인생 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이재현 기자 momo@yna.co.kr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