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중(喪中)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정치 일정이 26일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시작으로 재가동에 들어간다.

◆정치권 시각차

여야 정치인들은 조문 정국에 터져나온 북핵실험 변수가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각각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를 분열이 아닌 국민 통합의 계기로 만들자는 원론적인 내용의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외교 안보와 전략 기획 라인을 중심으로 조문 정국과 북핵 사태라는 두 가지 사건이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득실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당으로선 내심 국민들의 시선이 남쪽의 '봉하마을'에서 북쪽의 '풍계리(핵실험 추정 장소)'나 '무수단리(미사일 발사 장소)'로 옮겨가길 바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생겨난 국민적인 추모 열기가 자칫 현 정권 책임론으로 옮겨 붙을 경우 국정 운영에 크나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정중히 애도의 뜻을 전하고 상처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제한 뒤 "북핵 문제는 자칫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의제이기에 국회와 정치권이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야당 입장에선 모처럼 찾아온 정국 주도권이 북한 변수로 날아갈까 우려하는 눈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남북 문제를 남남 갈등으로 비화시켜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부터 정치 일정 재개

일단 공식적인 정치 일정은 모두 취소된 상태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6월 임시국회는 1주일 정도 연기될 것 같다"면서 "오는 29일로 공지된 국회 61주년 개원 기념식도 전면 취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북핵 변수가 터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여야 각 당은 동향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해 각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고 국회도 국방위와 정보위를 소집하는 등 외교 · 안보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