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회는 결국 '난장판'으로 막을 내렸다.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국회 정무위는 은행법 처리를 놓고 싸움판이 됐고 문화관광방송통신위도 미디어법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파행을 면치 못했다. 본회의는 고성과 몸싸움 등 소란 속에 쟁점법안을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

◆본회의장서도 몸싸움

회기 종료를 불과 20여분을 남겨놓고도 본회의장은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이어졌다. 민주당 등 야당은 필리버스터(고의적인 회의 진행 지연) 전술로 의사진행을 방해했다. 5분발언과 반대토론으로 시간을 끌었다. 민주당 출신의 유선호 법제사법위원장의 의사 진행 지연에 따라 밤 9시에야 개회된 본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5분으로 제한된 발언시간을 넘기며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이 이럴 수가 있느냐"며 사회자석에 있는 김 의장을 돌아보며 삿대질을 했고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한참 동안 연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비쟁점법안 처리가 시작되면서 순조로워 보이던 의사진행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또다시 삐그덕거렸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토론을 하겠다며 연단에 올라와 동료 의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였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반대 토론에 가세하고 다른 의원들도 반대 발언을 신청하면서 국회의장석 주위는 아수라장이 됐다.

사회를 맡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발언권을 제한하자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싸고 "왜 반대 토론을 못하게 하느냐"며 삿대질을 했다. 이에 한나라당이 저지하면서 본회의장 내에는 고성이 난무했으며 의사 진행이 20분 넘게 정지됐다.

결국 은행법에 대한 정무위 협상이 실패한데다 다른 법안 처리를 하다가 자정을 넘김에 따라 회기가 종료돼 은행법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정무위 아수라장

한나라당 소속의 김영선 위원장은 은행법 협상이 진통을 겪자 오전 11시25분께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위원장석을 점거해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20분 뒤 다시 회의장에 들어서 위원장석 옆에서 개회를 선언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정희 의원을 끌어내는 동안 위원장석에 앉아 회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김 위원장은 "법안에 이의 없습니까? 찬성하는 사람 손드세요. 반대하는 사람 손드세요"라며 표결을 강행,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위원장석을 겹겹이 에워싼 채 몸싸움을 계속했다.

이날 파행은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미디어법 대립

문방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날치기꾼을 어떻게 (위원장으로) 인정하느냐.이제 고 의원으로 부르겠다"며 고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의사 진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위원장석에 앉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곧바로 이 의원을 끌어냈다. 이어 격분한 이 의원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위원장석 바로 뒤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 관련법을 6월에 표결 처리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여야간 입장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제출한 미디어관련 법안에서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참여 제한' 외에는 손볼 조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기업뿐 아니라 신문의 지상파방송 소유지분도 0%로 낮추는 내용의 재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준혁/유창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