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용/‘입각 불발’ 안경률 총장에게 불똥


의원 입각이 무산된 한나라당 내부의 불만이 안경률 사무총장에게 향하고 있다.

평소 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가장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안 총장에게 때 아닌 불똥이 튄 셈이다. 개각을 계기로 한나라당 주류세력 내부의 앙금이 분출되는 모양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선 과정은 둘째치고라도 당 대표나 나중에 청문회를 진행하는 원내대표에게는 기자들이 (인선 내용을) 알기 전에 먼저 통보가 와야 된다”면서 “언제부터 여당이 이랬느냐”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맨날 청와대 혼자 나가고 여당은 끌려가고 있다”며 “실세 사무총장이 역할을 똑바로 하라”고 안경률 사무총장을 정면으로 지목해 호통을 쳤다.

한 참석자는 “최고위원회의 도중 박 대표가 전화로 개각 명단을 통보받는 일방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홍 원내대표의 불만이 그대로 폭발해버렸다”고 전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홍 원내대표가 개각과 관련한 불만을 갑자기 안 총장에게 쏟아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사무총장이라는 지위도 있지만 친이(이명박)계 내부에서는 안 총장이 가장 먼저 정부의 인사를 통보받는 것으로 안다”면서 “안 총장이 알고도 당에 전혀 전달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총장측 관계자는 “일부에선 안 총장이 청와대측과 많은 연락을 주고 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 당 대표나 원내대표보다 많이 알 수는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안 총장에게 여의도 정치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 많아 이를 두고 시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

홍 원내대표는 안 총장이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 소속의원들의 입각이 무산되면서 청와대를 향한 불만을 에둘러 안 총장에게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MB의 라디오연설을 보면서 ‘정치권엔 국물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에 실패한 것을 두고 전적으로 여당 책임인 것처럼 (청와대가) 여긴다면 앞으로 당청간 소통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