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정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극심한 당내 분란에 휘말리면서 연말 대통령선거가 전통적인 양자 대결이 아니라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은 민주당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맞대결을 벌이는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

또 97년 15대 대선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한나라당 이회창,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 후보, 92년 14대 대선은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민주당 김대중, 국민당 정주영(鄭周永) 후보의 3자 대결로 펼쳐졌다.

그러나 제 3후보인 이인제, 정주영 후보가 2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어도 큰 틀에서 보면 역시 양자대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앞서 87년 13대 대선은 민정당 노태우(盧泰愚), 민주당 김영삼, 평민당 김대중, 공화당 김종필 후보가 4자 대결을 벌여 다자구도로 치러졌다.

올해 17대 대선도 지금까지는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간 양자 대결 구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각당의 내분이 심상치 않아 대선구도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간에 당의 존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 청와대 및 친노(親盧), 비노(非盧) 세력간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이달말에서 내달 중순 사이 당의 분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빅 2'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 경선 룰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마련될 강재섭(姜在涉) 대표의 중재안이 어느 한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당이 친노, 비노 정당으로 갈라져 대선 때까지 통합 내지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범여권은 친노 및 비노 후보 두명을 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 빅2가 경선 룰에 합의하지 못하고 끝내 분당될 경우 대선구도는 '친노 vs 비노 vs 박근혜 vs 이명박'의 4자 구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경우 87년 대선 이후 20년만에 4자 구도가 펼쳐지지만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야 구분이 사라졌고, 선거에 임박해 신당이 창당된 만큼 기존 정당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만약 범여권이 통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한나라당이 갈라질 경우 '범여권 vs 박근혜 vs 이명박', 거꾸로 한나라당이 단일정당을 유지하고 범여권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친노 vs 비노 vs 한나라당'의 3자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확률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범여권의 비노 세력간에도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오면 대선구도가 5∼6자 구도로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