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국가정보원의 4.13 총선자금개입설과 권노갑(權魯甲) 전고문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보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의 정계개편 공론화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의 기자회견을 통해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 신 건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무분별한 정치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 2000년 4.13 총선 당시 여권 고위인사의 요청으로 국정원이 거액의자금을 마련해 직접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상식 밖의 일"이라고 일축하면서도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의 정보보고 대목에 대해선 여론을 의식, `철저한수사'를 촉구했다.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한나라당 박 대행의 기자회견에 대한 논평에서 "아무리 정치공세라지만 야당의 태도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야당은 국정흔들기 차원을 넘어 무정부 상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현재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모든 사안은 언론에 공개되고있다"면서 "월드컵이 29일 앞으로 다가와 어느 때보다 국정안정이 필요한 만큼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금도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총선 당시 국정원이 벤처기업들을대상으로 정치자금을 모집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상식선에서판단하면 알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총선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옥두(金玉斗) 의원도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사실이 없다.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 부인했다. 김은성 전차장이 권 전 고문에게 최규선 문제 등에 대해 정보보고를 한 것과 관련,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국정원 고위간부가 국가기밀 사항은 아니더라도 보고라인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사적으로 보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리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 있다면 엄정하게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는 이날도 부산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 `신민주대연합' 정계개편구상을 거듭 밝히고 특히 부산시장 후보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의탈당문제에 대한 질문에 "한나라당은 수절을 해야 할 만큼 정통성과 순수성이 있는정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 국정원의 총선자금 모금 의혹에 대해 "정치개입 실례가 단적으로드러났다"며 박관용 대행이 기자회견을 갖고 신 건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등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박 대행은 "국정원이 지난 총선때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총선자금을 뜯어내 여권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정원이 옛날로돌아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정원 간부들은 권력실세들에게 줄을 대고 정치자금을 여권에 전달해 야당을 파괴하고 음해하는 데 썼다는 제보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6하원칙에따른 분명한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국정원이 개입해 기업의 돈을 뜯어 여당에 전달한것은 4.13 총선이 원천적인 불법선거임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민주당은 규모와 자금수수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밝힌 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벤처비리는 이 정권의 핵심비리로, 정권실세들이 안 걸린 사람이 없으며, 당시 민주당 선거책임자가 누군지 보라"고 주장했다. 정계개편과 관련, 박 대행은 "현 집권세력이 과거 한때는 민주화 세력이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부패하고 타락한 집단일 뿐으로, 무슨 자격으로 민주연합을 주장하느냐"며 "작금의 정계개편은 국민을 현혹시켜 권력부패를 덮어보자는 술수일뿐이며 과거 김대통령의 동진정책과 다를바 없다"고 비난했다. 이회창(李會昌) 경선후보도 전남.광주지역 유세에서 "민주당은 정계개편 음모를벌이고, 한나라당을 와해시키려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자격이 없다"면서 "이렇게 부패하고 타락한 집단이 무슨 자격으로 민주화세력을 자처하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오경훈 부대변인은 "최규선-김홍걸 커넥션을 국정원과 권노갑씨가 알았다면 청와대도 몰랐을리 만무하며, 비행을 알고도 눈감아 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주장했다. kn020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안수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