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거취문제를 놓고 고심해온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6일 총리직 잔류로 최종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4일 이 총리가 사퇴서를 제출하자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 등이 여러 차례 이 총리와 접촉하며 김 대통령의 강력한 잔류희망 의사를 전하며 붙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도 이날 "당보다는 국가와 국민 우선'이라는 소신을 강조하면서 "총리는 일단 유임해 주기를 바란다는 김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긴시간 숙고한 끝에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맨 처음 자신을 총리자리에까지 앉혀준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결별 위험 및 자민련으로부터의 온갖 비난을 각오하면서까지 잔류를 결심한 것은 향후 정치적 행보를 고려한, 현실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그는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당으로 돌아가 총재직을 계속 보유하더라도 JP의 그늘 아래서 홀로서기 어려운 만큼 정치적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민련은 DJP 공조파기로 교섭단체의 지위마저 상실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총리라는 자리가 제2야당 총재보다 정치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중부권 맹주론', '왕건론'을 내세워 대권을 향한 꿈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차기 여권의 대선구도를 겨냥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지역색이 없고 대인관계가 넓은 장점을 가진 데다가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면서 '대권 예비수업'을 마치게 되면 다른 여권 주자들과 경쟁해 볼만하다고 계산했을 법하다. 물론 이 총리 측근들은 DJP 공조 회복을 잔류 결정의 이유로 강조한다. 지금은 '원수지간'이 됐지만 어차피 집권후반기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정부를 탄생시킨 두 주역인 DJP는 다시 손을 잡아야할 필요성이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때가 왔을 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 역시 깨진 DJP공조를 복원시키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경우 자신에게 더 많은 정치적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적 계산에 근거한 측면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