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애정표현에 서툰 것을 이해해 달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9일 당 사무처직원 및 소속의원 보좌진과 그 가족들을 국회에 초청, 휴일 나들이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감정표현이 서툴고 법관생활이 몸에 배 따뜻한 사랑과 애정표현을 못한 것 같다"며 스스로 그 이유를 분석했다.

"포용력이 부족해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다분히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사실 한나라당은 여야 총무간 합의가 의원총회에서 뒤집히는 등 당론 결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 26일 여야 총무는 자금세탁방지법 등 개혁 3법과 총리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키로 합의했지만 이어 열린 한나라당 의총이 이 총재의 뜻과는 달리 이를 뒤집은게 그 예다.

자금세탁방지법을 그대로 통과시킬 경우 검찰이 야당의원들의 계좌를 무차별적으로 뒤질 수 있다는 강경 의원들의 반론이 작용한 결과였다.

당내 보혁갈등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입장표명을 유보하다 뒤늦게 김용갑 의원 등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는 갈짓자 행보를 해 양측 모두로 부터 눈총을 받았다.

대우차 노조 강경진압 사태 등을 포함한 정치 현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 대여 공격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자주 듣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사안마다 딱 부러지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당 식구들은 물론 "청해보육원" 어린이들도 국회에 초청,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이 총재의 노력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