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새해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노출하
면서 당내외에서 비난 여론이 급등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 불가의 가장 큰 이유로 "제2건국위 예산 20억원"을
내세웠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액수가 적어 이를 빌미로 예산안의 처리를 지연
시킬 수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시한을 하루 넘긴 3일부터 한나라당은 다시 20억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때도 의견은 엇갈렸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근 의원은 대통령실로 20억원을 전용하면 통과
시켜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이회창 총재는 총재단 회의를 가진 뒤 방향을 틀어 "예산안을 본회의에
서 반대토론 후 표결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예산안 처리를 이 총재에게 일임해 예산안 처리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7일 이 총재는 "제2건국위에 대해 국민들이 아직도 많이 알지 못하고
있어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론을 번복했다.

또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이 총재가 먼저 결단을 내린 뒤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게 순서"라며 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를 오히려 꼬집었다.

이 총재는 "일단 예결위 소위에서 찬반토론을 한뒤 지침을 주겠다"며 다시
한번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8일에도 이 총재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되 처리방법은
김진재 예결위원장에게 위임키로 했으나 본회의 통과여부는 차후에 논의하자
는 방침을 정해 "초지일관" 원칙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