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의 업무보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은행역할 강화와 외국인투자유치였다.

김대통령은 은행장인사에 대해 "부실책임자가 다시 선출된 것도 문제이지만
어떤 결의나 청사진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경제가 죽고 사는 문제가 외자유치에 달려 있다"며 외자유치에 전력을
다할 것도 강조했다.

외환위기 책임등을 질타하면서도 긍지를 갖고 중추역할을 해달라고 당부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계열사간 지원을 막고 중소기업개혁을
주도함으로써 시장경제의 파수꾼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재경부 보고에선 담당자들이 김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선에 머물렀다.

반면 공정위 보고에선 담당국장 등이 김대통령 견해와 다른 의견도 소신
있게 밝혀 대조적이었다.

공정위에선 김병일 경쟁국장 유철 하도급국장 김병배 규제개혁부단장
이동욱 기획관리관이 자유토론에 나섰다.

이번 업무보고는 시간이 짧아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일방적인
지시와 보고에 그쳤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다음은 재경부와 공정위 대화록 요약.

<> 김대통령 =외환수급 전망과 선진국 지원자금 80억달러 도입 가능성은.

<> 김우석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80억달러 지원조건에 조금 차이가 있으나
4월중에 들어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채 30억달러가 발행되면 금융시장환경이 개선될 것이다.

<> 김대통령 =IMF와 자금공급 증대와 금리하향 조정에 합의할 가능성은
없나.

<> 정덕구 재경부차관=IMF와 수출기업의 자금경색이 생기면 어려움이
반복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환율이 안정되고 있으므로 오늘부터 금리인하를 재협상하겠다.

<> 김대통령 =외환위기의 큰원인은 금융기관이 제역할 못한 것이다.

이번 은행장선출도 정부가 자율에 맡겼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은행 부실책임자를 다시 선출했다.

그것도 문제이지만 중대한 개혁시점에서 이나라 금융과 기업개혁의 중추
역할을 할 어떤 결의나 청사진이 없다.

은행을 어떤 방향으로 협조하고 영향주고 지도할 것인가.

<> 이규성 재경부장관 =4월말에 경영개선대책을 요구하고 미흡하거나 실천
의지가 미약할때 책임지도록 해나가겠다.

은행에 막중한 책임을 준 만큼 주체적으로 할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 김대통령 =재경부 역할은 여전히 이루 말할수 없이 크다.

과거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책임감과 긍지를 갖고 분발해
주기 바란다.

금융기관이 채권자 입장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상대해 건전한 거래를 형성
하도록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외환위기대책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외환이 있어야 환율과 금리가 안정이 되고 나라가 잘 된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보면 시간이 걸리고 엉뚱한 제약조건이 있다고 한다.

다우코닝 유치를 재경원에 독려도 했으나 결국 놓치고 말았다.

경제가 죽고 사는 문제가 외자유치에 있다.

이자를 안물고 선진경영을 배우며 경쟁력이 강화되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조세제도도 중요하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불로소득자의 호화사치는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토지세제도 불필요한 보유엔 중과세하고 거래시에는 세율을 낮춰 거래가
활발해지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이 구조조정할때 외국인의 토지매입이 가능하도록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업이 투명성강화 등 5대합의를 반드시 이행해야 노.사.정합의도 실천된다.

<김수섭 기자>

<> 김대통령 =불공정 하도급사례는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국고 손실도 크다.

<>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직권조사를 확대하겠다.

또 현금을 원사업자한테 받고도 하도급업체에 어음으로 주는 관행도
차단하겠다.

<> 김대통령 =은행들이 외환수수료를 2%에서 5%로 올려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환수수료가 높으면 달러가 암시장으로 간다.

<> 전 위원장 =이번 제재는 금융기관에 대한 첫 사례다.

금융산업에 대해서도 할 일을 다하겠다.

<> 김대통령 =건의하고 싶은 내용은.

<> 류철 하도급국장 =하도급업체에 자금은 보통 어음으로 지급된다.

어음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 김병배 규제개혁부단장 =규제개혁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규제개혁을 위해 총리실과 공정위에 힘을 실어 달라.

<> 김대통령 =앞으로 계열사간 부당지원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망할 기업은 망해야 재벌도 살고 경제도 산다.

기업 자율성보장은 결코 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를 보장하는 자유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철저히 경쟁의 원칙에 입각해 보호 육성해야 한다.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다.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달라.

<김준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