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와 김현철씨 파문, 최형우 고문의 입원으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민주계가 새 진로모색에 들어갔다.

민주계는 당내 대선구도가 이회창 대표측과 반 이회창 그룹으로 양분될
조짐을 보이자 "주류는 어디까지나 민주계"라며 내부결속 강화및 세 확산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민주계측은 1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김수한 의장 서석재 김덕룡 김명윤
의원과 신상우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정국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민주계 중진들은 이자리에서 최고문의 입원과 이대표 체제 출범으로 약화된
민주계의 세를 다시 결집시켜 민주계가 정권재창출을 주도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으로 있을 대선후보경선에도 민주계 독자후보를 내야만 차기정권에서도
민주계 입지를 계속 확보할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의원은 이날 모임에 대해 "우리도 당내에 있는 만큼 당이 잘되어야 한다"
며 민주계가 "이회창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반이회창 진영의 대표격인 이한동 박찬종 고문과의 회동계획에 대해서
도 "아직은 만날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명윤 의원도 "이대표는 우리가 모시던 대통령이 지명한 분이 아니냐"며
"이대표측과 협조하고 격려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계 인사중 대선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김덕룡 의원과 이인제 경기도지사
측은 이와관련, 당초 이달중 어떤 형태로든 거취를 표명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급박한 상황변화에 따라 일정을 변경,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장실 모임과는 별도로 김정수 )의원과 황명수 송천영 위원장 등
최고문계보 소속 원내외위원장 10여명도 이날 오전 최고문의 개인사무실인
서교동 "21세기 정보화연구소"에서 회동을 갖고 내부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비상대책기구를 발족했다.

명칭이 "온산(최고문의 호)을 생각하는 대책회의"인 이 기구 의장으로는
김정수 의원, 부의장엔 노승우 의원과 송천영 위원장, 고문에는 황명수
위원장이 각각 선출됐다.

이날 첫 회의에서 민주계 인사들은 향후 활동계획과 관련해 매주 월요일
정례회의를 갖되 원내는 김의원, 원외는 송위원장이, 민주산악회는 황민주
산악회 회장이 책임을 맡아 내부결속강화와 세확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최고문을 지지해오던 원내외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결속해 이를 바탕으로 범민주계의 단합과 결속에 기여하는
방안과 과제를 집중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반이회창" 연대에 나서기 보다 내부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러나 대세가 이대표로 굳어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대표 대세론에 제동을 걸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계의 3선이상 중진의원 10여명은 18일 오찬모임을 갖고 당내 최대
계파로서 민주계가 당운영과 정권재창출을 주도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