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남북경협을 핵문제 등 정치문제와 분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북한과 미국은 늦어도 연말까지는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할 전망"이라고 밝히고 "이렇게 되면 미국 등 외국업체가 먼저
북한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남북경협을 정치와 분리,추진하는 방
안을 관계 당국이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는 경협을 정치와 분리할 경우 1차적으로 위탁가공교역을 활성화하고
정기항로 개설을 추진하는 등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먼저 실천
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원.부자재를 북한에 보내 위탁가공을 하는 경우 업체별
로 해당 가공품목의 기술자와 품질관리,자재관리 등을 담당할 3-5명씩의 제
한적인 방북을 허용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기술자 등의 제한적 인적교류는 북한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섬유,봉제완구 등 경공업 제품의 가공을 위해 직기와 재봉틀 등 일부
산업설비의 반출허용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품질관리요원 등 인력파견과 일부 산업설비 반출허용을 검토키로
한 것은 기술자 방북과 산업설비 반출 등을 허용해달라는 업계의 요청에 따
른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국내업계의 과당경쟁을
막기위해 대북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는 그러나 민간자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북투자 업종
선정및 투자우선순위 등을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또는 조합 등에 위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중인 투자우선 순위는 대상업종을 초기단계에는 섬유,봉제등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위주로 하되 같은 업종에 여러 기업이 경합할 때는 남
북간에 이미합의된 투자를 우선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남북간에 이미 합의된 사업이라도 한 그룹이 여러 업종에
걸쳐있을 때는 그룹별로 특정업종을 정해 전문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