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1년5개월 만에 내놓은 ‘재집권 전략보고서’가 꽤나 어처구니없다. 을지로위원회라는 당내 조직이 주도한 보고서에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진단과 이념적 편견에 치우진 처방이 가득하다.

보고서는 집권기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새 비전을 제시하는 ‘녹서(green paper)’를 표방했지만 내용은 ‘소득주도성장 시즌2’ 주창에 다름 아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다면서도 ‘토지공개념’ 도입을 강조한 데서 잘 드러난다. 온갖 반시장적 규제로 집값 급등을 초래한 것을 보고도 더한 규제를 역설하니 누가 납득하겠나. 토지공개념은 택지 소유 제한 등으로 국가가 토지 사용을 제한하는 반시장 정책의 끝판왕 격이다.

재건축·재개발을 공공사업으로 전환해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제안도 엉뚱하다. 약탈적 세금 등 부동산 소유에 대한 징벌적 조치가 시장 혼란을 불렀다며 개선을 약속한 게 불과 1년여 전 대선 때의 일이다. 이제 와 재산권을 제한하면서까지 공공이 나서겠다는 건 부동산시장을 뿌리째 뒤흔들 반시장적 발상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몽상적 접근도 심각하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급속 인상으로 어려워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지지 철회를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등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높아진 인건비를 보전해주자고 제안했지만 ‘경제의 정치화’를 가속화할 뿐이다.

‘우리가 치열하지 못했다’며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당의 노선으로 전면화해야 한다는 최종 제안도 방향 착오다. 민주당은 재정을 거덜 낼 만큼 ‘현금 퍼주기’로 내달렸다. 그 결과는 양극화 심화와 무너진 민생이다. ‘위성 정당’과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사법부까지 특정 성향 판사로 채웠다. 원하는 대로 개혁을 못해 대선에서 졌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가. 개혁으로 위장한 반민주적 폭주에 또 속을 국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