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물러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원 4명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만료가 불과 40여 일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LH가 대대적 조직 혁신의 첫 조치로 강조한 임원 사퇴부터 꼼수에 대국민 쇼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상임이사 ‘전원’의 사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수 조사 대상 아파트 102개 단지 중 11곳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철근 누락 단지도 당초 발표한 15개가 아니라 20개라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였다. 비판이 커지자 이 사장은 임원 전원 사퇴 카드를 꺼냈지만, 전원이라는 것부터 사실과 다르다. LH 임원은 이 사장을 포함해 7명이다. 이 중 5명의 사표를 받았고 4명의 사표만 수리했다. 4명의 사직도 ‘눈 가리고 아옹’식이었다. 본부장 2명 임기는 지난달 25일 종료됐다. 나머지 2명은 9월 말이다. 사실상 그만둘 사람의 사표만 받은 뒤 마치 큰 결단이나 한 듯 포장한 것이다. LH의 ‘임원 사직 쇼’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직원들 부동산 투기 논란 때도 상임이사 4명을 교체했는데, 이 중 2명의 임기가 9일밖에 남지 않아 비판받았다.

이번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LH 발주 공사의 설계·시공·감리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철근 누락 단지 15곳 중 8군데 감리를 LH 출신을 영입한 업체가 맡아 유착 의혹도 불거졌다. 이후 전수 조사 과정의 부실이 확인됐고, 혁신한다며 내놓은 임원 사퇴 카드는 꼼수였다. 2년 전에도 ‘해체 수준의 혁신’을 약속한 LH가 이번에도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큰일이다. 앞으로는 진짜로 해체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