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 2분기에도 2조27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2분기 이후 아홉 분기 연속 적자다. 그나마 적자폭이 1분기 6조1776억원에서 2조원대로 줄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h당 40.4원 인상되기도 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가 줄어든 덕이 크다.

이런 실적치는 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것이 한전을 정상화하는 근본 해법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현행 전기요금은 한전 요청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만 실제로는 정치가 결정하는 구조다. 이러니 전 정부는 ‘탈원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임기 내내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 이후에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가격을 누르는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 ‘전기요금은 정치요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47조5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는 그 후과다. 매일 지급하는 이자만 40억원이 넘는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고, 이는 에너지 수입액을 늘려 무역적자를 키우는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한전 부실은 전력망 투자마저 위축시켜 전력 생태계를 위협하고 블랙아웃(대정전) 위험을 키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전이 자산 매각과 인력 효율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25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냈지만 정치에 좌우되는 요금 결정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원가와 수요에 기반한 시장친화적 요금 체계가 당장은 소비자 부담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한전 부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돌아온다.

한전은 산업부 출신인 정승일 사장이 지난 5월 재무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수장 공백 상태다. 이르면 이달 중 차기 사장이 결정된다. 신임 사장이 책임지고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 정치에 좌우되는 기형적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여 자구안을 완수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