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을 운영하는 MSG엔터테인먼트가 경기 하남시 미사섬에 구(球) 형태의 복합 공연장 ‘MSG 스피어(Sphere)’ 건립을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런던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도 공연장 건립을 추진 중인 이 회사가 아시아 거점으로 일본, 중국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이번 제안은 세계적으로 확산한 K팝의 경쟁력이 불러온 기회라는 평가다. MSG엔터는 하남시가 미사섬에 계획 중인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자체 검토해 착공 희망 시점까지 2025년으로 제시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하남에 MSG 스피어스가 들어선다면 단순한 공연장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K컬처, 그중에서도 K팝은 세계적인 조류가 된 지 오래다. K팝 아티스트에 대한 팬들의 열광은 가히 폭발적이다. BTS나 블랙핑크뿐만이 아니다. 화수분처럼 K팝 그룹의 출현과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연장 시설만 놓고 보면 한국은 K팝 종주국이라 하기 어렵다. 국내엔 음향시설 등을 제대로 갖춘 대규모 공연장이 사실상 전무하다. 그렇다 보니 K팝 스타들의 공연은 어쩔 수 없이 고척스카이돔이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 그마저도 프로 스포츠 시즌을 피해야 한다. 시설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미온적이라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는 게 엔터업계의 하소연이다.

대규모 공연장 건설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공연장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K팝 스타들의 국내 공연을 늘리고, 이와 연계한 여행 상품을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데도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달 21~22일 그룹 세븐틴이 고척스카이돔에서 한 단독 공연 관객의 절반은 일본과 중국에서 온 팬들이었다. K팝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를 보여준 사례다. 모처럼 찾아온 해외 유력 기업의 투자 유치 제안이다. 2025년 착공하려면 3~4년 걸리는 각종 행정절차를 단축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볼 만하다. 어영부영하다가는 K팝이 불러들인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의 기회를 경쟁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