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현재 사망자가 37명, 실종자가 9명으로 집계됐다.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에서는 차량 19대가 침수돼 9명이 사망했고, 수색·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집중호우는 기록적이다. 16일 오후 2시까지 충북 청양에 570㎜가 내린 것을 비롯해 500㎜ 안팎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따라서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의 측면이 있지만 사전 대비 부족, 부주의 등으로 인한 인재라는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이미 비슷한 피해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인재 성격이 짙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인근 하천에서 넘친 물로 순식간에 침수돼 7명이 숨졌다. 2020년 7월에는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 반지하 주택 침수 참사의 기억도 생생하다.

이번에도 인근 미호강의 제방이 터지면서 2분 만에 6만t의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차량들을 덮쳤다. 홍수경보 4시간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을 통제하지 않은 행정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섰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고 당일 범람 가능성이 커지자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제방에 쌓았지만 폭우에 무너졌다는 주민들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경상북도가 15일 오후 9시 도내 전 지역에 대피명령을 내렸는데, 이미 예천 등 곳곳에서 사망·실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엘니뇨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집중호우 양상이 갈수록 예측불허다. 미증유의 기록적 호우로 재난이 대형화하는 만큼 대비책도 피해 복구를 넘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침수 위험이 큰 지하공간과 저지대는 물론 산사태, 공사장·옹벽·축대·제방 등의 붕괴 위험을 사전에 예측·분석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재난 대비에 과잉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