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암치료 개선할 수 있는 정밀의료 시스템 도입해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암이 온몸에 퍼지는 전이기(4기)가 되면 고통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항암치료가 절실해진다. 이에 맞춰 새로운 항암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는데 거의 예외 없이 다국적 제약사의 고가 의약품이다. 효과가 정말 뚜렷할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에게 고가의약품을 처방하면 좋겠지만, 항암치료는 이런 예측이 쉽지 않다. 암이 지극히 교묘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밀의료 암연구로 개선책의 단서를 찾아야 한다.

정밀의료연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어떨까? 현재 진료를 통해 일상적으로 나오는 정보 기반으로는 안 될 것이고, 치료받는 환자로부터 고효율 분자정보를 새로 얻어 이를 활용하는 인공지능 연구를 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자정보 데이터는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밀하게 계획해 전향적으로 생성해야만 쓸모가 있다.

대표적인 유용한 분자정보 데이터로는, 한 번에 많은 분자 이상을 동시에 알아내는 단백체와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들 수 있다. 암은 유전자 이상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복잡다단하더라도 유전자 변이와 이를 반영하는 단백질 이상을 치료 전 임상시료에서 체계적으로 알아내 치료 결과와 결부시키면 치료효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다행히 최첨단 분석화학의 국내 기술은 수준급이다. 10년 전에 비해 수십 배 많은 단백질 정량 데이터를 임상시료로부터 얻을 수 있고, 이전보다 정밀의료 수준을 월등히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같은 분석화학 기술을 환자에게서 나오는 시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기존 진료 절차를 변경해야 한다. 환자 몸 안에 있던 상태 그대로 신호전달체계 이상을 알아내야 하는데 임상시료는 환자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무작위적으로 변형되는 일이 다반사다. 별도로 훈련된 인력이 대기하고 있다가 임상시료가 나오자마자 바로 얼려서 보관해야 하는데, 이는 바쁜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시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도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어도 최첨단 분석화학기법을 임상시료에 접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이런 정밀의료의 구현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국가 연구비 지원만 가능하다면 높은 수준의 임상시료 단백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국립암센터도 시범사업으로 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공공데이터가 될 것임이 확실하다. 첨단 분석기법을 적용해 높은 수준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임상시료를 전국 의료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국가 연구개발 경쟁력 및 국격을 높일 것이다. 국제협력에도 유용할 것이며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 및 임상시험 피험자 등재 활성화 면에서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클 것이다.

정밀의료의 발전은 국가의료비 부담 경감 및 무역역조 개선 효과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첨단항암제가 고가이고 부작용이 어느 정도는 동반되는데, 효과가 없을 약은 피하고, 높은 효과가 기대될 약만 골라 처방받을 수 있다면 가뜩이나 힘겨운 상태에 있는 전이기 암환자와 보호자들이 피부로 느낄 유익은 상당히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