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시급하다’며 10년에 한 살씩 높여 나가자고 제안했다. ‘만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올려 2100년에 73세까지 높이자는 주장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설정한 연령 기준이 40년 넘게 요지부동이라는 점에서 KDI의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법 제정 당시 66.1세이던 평균수명이 83.5세(2020년 기준)로 17.4세나 길어졌다는 점만으로도 조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세계 최악의 출산율 하락이 동반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합계출산율은 초유의 0.8명대로 추락했고,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5년째 감소 중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생산연령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50년 뒤에는 1명이 1명을 부양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와 있다.

노인 연령 조정은 노인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수많은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조 단위 적자에 시달리는 6개 도시철도만 해도 노인(65세 이상)에게 부여한 무임승차제에 따른 손실이 해마다 2000억~5000억원씩 쌓인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나라 곳간을 위협할 지경이다. 올해 20조원대로 올라서는 기초연금 소요 예산은 2030년이면 50조원을 돌파하며 재정 건전성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노인 연령 조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압도적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봐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웃돈다. 정부와 정치권도 말로는 조정을 외친다. 하지만 노인 표를 의식하다 보니 언제나 결론도 구체적 조치도 없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인 만큼 연금 대개혁을 추진 중인 지금이 노인 연령 조정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