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감세로 영국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물가 수준과 성장 정체로 신음하는 영국 경제를 감세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 등 자유주의 정공법으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다.

영국의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7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1%로 치솟았다.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 내년엔 물가상승률이 22%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성장률은 지난 2분기 -0.1%로 떨어졌으며, 영국 중앙은행은 2024년까지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파운드화 가치도 37년 만의 최저치인 파운드당 1.145달러로 미끄러졌다.

영국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이 없지 않다. 유럽 국가로의 수출 감소 및 수입 비용 증가, 노동력 유입 감소, 식품 수입 부족 등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5% 증가하는 동안 영국은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3년 전 브렉시트의 성공적 완수를 약속하며 총리에 오른 보리스 존슨은 그 해법을 법인세율 인상 등에서 찾으면서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트러스 신임 총리가 분배보다 성장, 증세 아닌 감세를 기치로 내건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분배에 초점을 둔 정책이 기업 투자 위축과 저성장을 몰고 왔다고 진단했다. 왕성한 기업활동 여부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 경제 성장과 복지의 조화로운 달성, 안정적 일자리 창출은 감세와 규제완화, 자유로운 투자활동 보장을 통해 기업을 키우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 외에는 없다. 청년 시절부터 큰 정치인을 꿈꾸며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온 새 총리가 작심하고 내놓은 정책 방향이라 더욱 대견하고 믿음이 간다. “자유에 대한 믿음, 개인의 책임, 낮은 세금 등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한 연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관건은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