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53일간의 국회 공백을 끝내고 21대 후반기 원(院) 구성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7(국민의힘) 대 11(더불어민주당)로 배분하기로 했다. 쟁점이 됐던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여야가 1년씩 교대해 맡기로 하면서 막판 합의를 이뤄냈다. 이제라도 여야가 원 구성에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눠먹기식으로 끝낼 일을 왜 50일 넘게 허송세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위기에 코로나 재확산, 북한 핵실험 우려로 안보도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비상 상황에서 밥그릇 싸움을 벌였으니 그간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법안에 먼지만 쌓였다. 국회 공백기인 지난 50여일간 발의된 법안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임대차 3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을 포함해 700여 개에 달한다. 전반기 국회 때 계류된 법안까지 합치면 1만1000개가 넘는다. 이제라도 국회가 정상 가동에 들어간 만큼 시급한 경제 활성화, 민생 법안 심의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법인세 부동산세 소득세 등의 부담을 완화한 ‘2022년 세제개편안’을 정부가 내놓자마자 거대야당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와 ‘부자 감세’ 프레임부터 씌워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과거 이념적 코드에 사로잡혀 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법안 처리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적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게 정치적 도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원내 제1당으로서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여당과 야당이 사용하는 ‘민생’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여당의 시간이다. 견제와 비판은 하되, 다수의 힘을 앞세워 정부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비상한 각오로 심기일전하면서 야당과 생산적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있다. 야당 협조를 끌어내지 않고선 법안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 정권 탓을 하고, 권력 투쟁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