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마지막 사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까지 사면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이 부회장 등 기업인과 정치인의 사면은 성격이 전혀 다른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 혐의가 크고 명백한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뇌물죄)에 휘말려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에게 적용된 ‘묵시적 청탁’이란 뇌물죄 프레임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560일간이나 수형생활을 한 이 부회장은 조만간 형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제한을 받는다. ‘삼성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온전한 경영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사면·복권을 요청한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처음엔 경제인과 정치인 사면에 나설 것처럼 하다가 전격 취소한 대목도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김 전 지사와 정 전 교수 등 자기편 사면을 위해 운을 띄워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면에 대해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국민 여론을 중시한다면 이 부회장만 사면해도 된다. 어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는 찬성 68.8%, 반대 23.5%로 찬성 의견이 3배에 육박했다. 엄중한 경제 현실과 국민적 공감대를 생각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다음 정권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 그동안 생색 나는 일에는 적극 나서고 조금이라도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만한 일에는 뒤로 숨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문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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