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경기도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이달 들어 잇달아 정례회를 개막해 내년도 시·도 예산 심의에 들어갔다. 내달 후반까지 계속되는 지방의회 정례회는 행정사무 감사와 심의 예산의 대상만 지자체일 뿐, 기능상 가을 정기국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정기국회를 흔히 ‘예산국회’라고 하듯이, 지방의회 정례회의 핵심 업무는 시·도 예산에 대한 엄정한 심의다.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예산 심의가 의회의 기본 기능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나랏빚 무서운 줄 모른 채 급팽창시켜온 정부의 ‘초(超)슈퍼예산’ 논란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을 뿐 지방예산 급증세도 만만찮다. 서울시가 올해보다 9.8% 늘어난 44조748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짰고, 경기도도 16.3%나 증가한 33조5661억원을 편성했다. ‘이재명 예산’이라는 경기도 살림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제대로 된 견제 없이 팽창하는 지방 예산은 다른 시·도나 기초 지자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편성 규모가 커진 것만 문제가 아니다. 내년 6월 전국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를 의식한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걸러내는 게 이번 정례회의 관건이 될 것이다. 1조원에 육박하는 서울시 ‘청년예산’만 봐도 청년수당·이사비용·대중교통비 지급 등 일시적 현금지원이 주를 이룬다. 복지예산이 41%에 달하는 경기도는 이재명 전 지사가 물러나며 대못 박듯 확장해놓은 ‘3대 무상복지’를 비롯해 신설된 농민기본소득(월 5만원, 총 780억원) 등 꼼꼼히 따져볼 게 무척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경기도의회만 해도 142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32명이다. 송곳 같은 심의는커녕 국회를 따라하듯 증액을 요구할까 걱정이다. 110명 중 99명이 민주당인 서울시의회에선 또 다른 논란 조짐이 보인다. 전임 시장 때 기형적으로 키운 친여 관변단체 지원예산을 일부 정상화하려는 데 대한 의회 쪽 반발 기류가 심상찮아 보인다. 이래저래 전국 곳곳에서 ‘여의도 축소판 갈등’이 재연될 공산이 다분하다.

각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제 본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매사 ‘정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재정자립 등 지역발전의 길이 보일 것이다. ‘대장동 게이트가 저 지경이 되도록 성남시 의회가 과연 무슨 역할을 했나’ 같은 문제 제기에 자신 있게 답할 지방의회가 얼마나 되겠나. 50여 일간의 정례회에서 지방의회가 소임의 기본이라도 해내야 한다. 철저한 예산 심의는 그 책무의 최소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