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해 산업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8월 5일 감축목표(26.3%)를 내놓은 지 두 달 만에 다시 목표치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달성 가능성도 문제지만 의견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란 점은 주지하는 바다. 어려운 길인 만큼 산업계 피해를 줄이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행방안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짜야 함도 물론이다. 그러나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과격한 환경단체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어제만 해도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정부가 목표치를 발표하자마자 바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알아서 참석하라는 식이다. 목표를 올리는 과정도 그렇다.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목표를 최대한 의욕적으로 세우라”고 지시한 뒤 한 달도 안 돼 목표치가 1.5배로 뛰었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정부는 2030 실행계획을 짜면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제3안, 즉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70%)를 통한 탄소제로 달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주요 선진국의 두 배 수준이고, 언제 상용화될지 모를 암모니아발전, 양수발전, 수소터빈발전 같은 ‘꿈 같은’ 에너지 기술들까지 총동원했다. 한마디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급하게 안을 만들다보니 탄소포집저장장치로 2030년까지 줄이겠다는 탄소감축 목표치(2670만t)가 2050년 목표치(2470만t)보다 높게 잡히는 웃지 못할 실수까지 저질렀다.

정부는 이번 안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엔 도전적인 게 아니라 불가능한 과욕으로 비친다.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많게는 경(京)단위 신재생 시설투자가 필요하고, 그 사이 전기요금 폭등, 에너지 대란 등의 엄청난 파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들 얘기만 듣고 감축목표를 만들 수 있느냐. 정부가 그렇게 만든 침대에 키를 맞추라는 건 억지”라는 기업인들의 호소도 더 이상 못 들은 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한국 실정에 맞는 현실적 방안을 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