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를 낀 경우가 전체의 40.4%를 차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독주택·빌라 등을 포함한 전체 서울시 임대차 주택의 월세 비중이 이보다 더 높은 48.2%(국토교통부 8월 주택통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월세가 전세를 앞지르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곧 벌어질 판이다.

한국에서도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빨라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점이다. 먼저 “월급이 월세로 다 나간다”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서민들은 금리로 따져본 월세 부담이 시장금리보다 높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안다. 무주택자로선 월세 부담에 평생 세입자로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할 지경이다.

소비자 선택 폭도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엔 세입자에게 전세가 유리할 수 있는데, 전세 매물 자체가 적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부담 전가도 문제다. 정부·여당은 보유세를 급격히 올리면서 거래세(양도소득세)까지 강화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차단했다. 그러니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걸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시장 불균형은 임대차법과 보유세 강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임대소득이 훤히 드러나는 주택임대차신고제가 지난 6월 시행되면서 임대차 3법의 퍼즐이 맞춰졌고,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27.7%(7월 기준) 올랐다. 감면 기준(재산세)과 비과세 기준(종부세)을 높였지만, 집값 급등세와 공시 가격 급상승이 겹치며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더욱 커져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시중은행에 전세대출 한도관리까지 주문해 급등하는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여당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 강행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시급히 시장 정상화를 위한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 총 4년 임대계약이 끝난 뒤에도 가격 인상 상한을 씌우려는 무리한 시도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월세 수요가 몰리는 내년 초 전세난민이 더욱 양산되고, 성난 민심이 선거 표심(票心)으로 모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