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비대면 강의 1년
정년 퇴임을 1년 앞두고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야말로 새로운 교육 경험을 해야 했다. 팬데믹 조치로 대면 강의를 할 수 없었기에, 비대면 교육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강의 자료 전체를 어떤 형태든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했다. 파워포인트 등 프레젠테이션 도구들을 익숙하게 쓸 수 있도록 연습도 해야 했다. 나는 파워포인트와 키노트, 프레지까지 모두 사용해봤기에 비교적 쉽게 이런 도구들의 활용을 다시 복습하며 터득했다. 하지만 실제 강의 자료를 발표 자료로 전환하다 보니 이런저런 그래픽 아트라든가 디자인 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중·고에 다닐 때 미술이나 음악 과목은 늘 하위 점수를 받은 기억이 새롭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패드, 그리고 웹캠 등을 이용해 강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하고 이어붙이는 등의 편집 기술도 연습하고 실행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강의 동영상을 거의 무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성격적 결함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만족한다”는 자기 암시를 계속하며 작업하고 훈련했다. 그리고 실시간 강의 앱을 익혀야 했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익숙해졌다. 먼저 시도한 동료 교수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지만, 사실 조금만 사용해보면 아주 편리한 프로그램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편리한 교육 도구가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수업자료 공유뿐 아니라 화면 공유, 소모임 활동 등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 엄청 많았다. 비대면 줌 강의라고 하더라도 실시간 영상으로 학생 한 명 한 명 개별적 접촉과 나눔도 가능했다.

강의의 질 또한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수업자료를 좀 더 풍부하게 꾸몄고,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자료들도 훨씬 많았다. 비대면 줌 강의이기에 낭비되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 역시 아주 높은 편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들이 자기 얼굴을 가리는 것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교감하는 가운데 지혜의 소통을 나누고 싶었던 선생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1년간 새로운 강의 경험은 물론 충분치 않지만, 이를 통해 나는 새로운 미래 교육 방향을 깊이 숙고하게 됐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대학 교육도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단순하게 되돌아갈 수 없을 터다. 새로운 미래 교육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것이다. 더 역동적이고, 더 창의적이며, 더 열린 형태가 될 그 미래 교육의 문을 열기 위해, 그 어려운 소명에 응답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교육 행정의 현장에서 준열하게 모색하고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