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 ‘알리오’를 통해 공개된 공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시장형 공기업’들까지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과 이들의 ‘방만경영’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 공기업 적자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공공성과 함께 수익성을 주요 경영평가 지표로 보는 시장형 공기업들까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6개 공기업은 2016년 첫 공시 때 9조원의 흑자를 보고했으나 지난해 6000억원 적자를 냈다. 공시를 시작한 후 시장형 공기업들까지 적자를 내기는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엔 한국마사회 등 11곳을 포함해 절반인 18곳이 무더기 적자였다. 적자 누적으로 이들 공기업 부채는 398조원으로 4년 만에 36조원(9.8%)이 늘었다. 지난해 정부 예산(513조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들 공기업에 6502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돼 임직원 1인당 평균 1408만원을 받아갔다. 이 중에는 ‘땅 투기’로 국민 공분을 산 LH도 포함됐다. LH는 2019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지난해 811억원(1인당 1578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전년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 지급체계나 관련 법령 때문에 어쩔 수 없더라도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은 물론 기업과 가계까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을 감안할 때 공감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왜 시장형 공기업들마저 무더기 적자로 추락했느냐 하는 점이다. 공기업 평가의 양대 축은 사회성·공공성과 효율성·경제성이다. 현 정부는 경영평가시 신규 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회성·공공성 지표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러니 공기업들이 고용지표 점수 올리는 데 더 신경 썼다. 36개 공기업 비상임이사 4명 중 한 명꼴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들이 이를 주도했다.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 철밥통 정서를 깨겠다고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직무급제는 노조 반발에 부딪혀 4년간 시범사업 수준을 맴돌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340개 공공기관까지 합하면 부채규모는 정부 예산에 맞먹을 정도다. 정부가 공기업 부채를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신인도 하락, 자금 조달비용 증가, 서비스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