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성장 지원군 역할 강화
벤처 투자·회수 선순환 다져야

정성인 <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
[기고] 벤처캐피털, 중소벤처 혁신성장 이끌 수 있어야

지난 2년 연속으로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이 4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벤처 투자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액은 2019년 4조2777억원에서 지난해 4조3045억원으로 늘었다.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은 처음으로 2000개를 넘어 2130개사에 달했다. 투자 재원인 펀드결성액은 2019년 대비 50% 넘게 증가한 6조567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벤처 투자 증가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 투자는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해마다 언급될 정도로 경제 혁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대체할 만한 미래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핵심적인 자본이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과 사업 모델 발전을 이뤄나가고,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정부는 부처별로 창업 및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다양하게 내고 있다. 그 덕분에 벤처 투자가 모험자본 시장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투자 성과에 잘 나타나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의 중심에는 혁신이 있으며,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벤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영역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단산업 분야가 대표적인 예다. 기후 변화 대응이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전기·수소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등도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은 미개척 분야에서 창업한 이후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화려하게 보이는 벤처의 이면엔 손에 잡히지 않는 성과를 두고 밤새워 고민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주주로서 믿고 육성해 나가는 역할을 기존 금융이 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미래 신산업을 발굴해 경제를 혁신하고 기존 산업과의 상생을 이어가는 주체로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 벤처캐피털업계는 투자 기업 선별부터 투자받은 기업의 부가가치 향상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선진적인 벤처 투자 기법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이로써 해외자금 유치와 이를 통한 벤처 투자 재원을 확충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한국의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에 소개하고 투자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더 많은 시장 참여자의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결합되면 벤처 투자에서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요컨대 스타트업이 창업 직후 마주하게 되는 죽음의 계곡을 탈출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수 있다. 벤처캐피털이 최근의 제2 벤처 붐 확산을 이어가며 기업 성장 지원군 역할에서 나아가 중소벤처업계 전체의 혁신 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될 때, 비로소 국가 경제가 혁신적으로 성장하며 수혜를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혁신적인 포용 국가의 모습에 한 걸음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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