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5,000선에 육박하며 29년 만의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1990년 8월 23일 5.8% 급락하며 지수 24,000선이 무너진 이후 한 세대가 지나서야 겨우 ‘거품’ 붕괴 직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1989년 말 사상 최고치(38,915.87)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뿐 아니라 일본의 전국 평균 땅값도 1990년대 초의 40% 선에 머물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던 일본 경제가 순식간에 고꾸라져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품 붕괴를 촉발하고, 심화시킨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실패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1990년대 초 대장성(현 재무성)이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 토지가치세 신설, 재산세 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토지거래신고제 도입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동시다발적으로 강화한 것이 부동산 시장 붕괴를 촉발했다고 본다. 시장 불안이 커져 금융완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는 중앙은행(일본은행)이 거꾸로 1년3개월간 5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6%대로 올리며 돈줄을 조였다.

사후 대책도 ‘헛발질’을 거듭했다. 일본 정부는 구조개혁과 기업 체질개선 없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9차례에 걸쳐 총 124조엔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 케인스식 처방만 반복했다. 거듭된 돈풀기로 재정이 악화하자 부랴부랴 소비세율을 인상했지만 결과적으로 내수경기만 위축시켰다. 운도 따르지 않아 2000년대 초반의 회복세는 리먼 사태 탓에,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경기회복은 코로나 사태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경제위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반복했던 일본의 패착은 우리에게 소중한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이해에 경도돼 경제정책의 기본 원칙을 허물었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정책의 후유증은 장기간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큰 배의 항로를 바꾸는 것과 같아서 전환도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돈 풀기의 유혹에 빠진 결과,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990년 60%대에서 지난해 251.9%까지 치솟았다. 형식적이고 느슨한 재정준칙을 만든 한국이 곱씹어야 할 교훈이다.

그나마 일본은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했기에 30년을 버틸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처럼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은 과연 견뎌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