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여야 의원들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한경 보도(6월 4일자 A1, 5면)다. 여야 의원 10명 안팎이 국가기본소득위원회 설립, 사회 계층별 단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여권에서만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이 나왔지만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기본소득 정책 추진을 선언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기본소득제 주장은 도입 방식, 대상 등이 중구난방이다.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와 개념을 제대로 알고나 얘기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매달 똑같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 복지만으론 양극화 해소가 어려운 만큼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게 기본 취지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전 국민이 대상이어야 하고, 기존 복지수당 등은 대거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복잡다단한 복지체계를 단순화함으로써 행정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복지는 그대로 둔 채 추가적으로 지급한다는 식의 주장들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62%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했다는 설문 결과도 의아하다. 찬성한 응답자들이 기존 복지를 포기할 각오가 돼 있는지, 연간 180조~480조원으로 추정되는 기본소득 재원을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6년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친 스위스에서 77%의 반대표가 나온 것이나, 핀란드의 2년간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것도 기존 복지 축소와 근로의욕 저하 탓이었다.

진지한 연구와 토론 없이 국민이 원하면 ‘일단 주고 보자’는 식의 기본소득 도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 사이에 ‘일단 받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뿐이다. 이런 식으로 나라 전체가 ‘뒷일 생각말고 지금 즐기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늪에 빠지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