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유동성 위기 아냐
재정 대응만으론 문제풀수 없어
달러화 약세 신흥국에도 도움

케네스 로고프 < 美 하버드대 교수 >
[해외논단]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두고 각국 중앙은행의 과도한 조치라고 여긴 이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 세기에 한 번 올 법한 경제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이 정도 위기엔 정부의 대규모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 전반에 걸친 시장 채무 재조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요즘 미국 중앙은행(Fed)은 사실상 모든 민간주체 및 지방정부 신용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각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미 재무부 지원까지 받고 있는 조치다.

최근 각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단순히 단기 유동성 위기에 불과하다면 정부가 채무 지급보증을 서는 정도만으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 유동성 위기라면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 경기회복 역시 빠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가 작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면 어떨까. 이 경우엔 기존 기업들이 모두 살아남을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부 지방정부도 파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세계 경제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부(富)는 재앙적인 규모로 줄어들고 파산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있다. 채무 보증을 서는 데 적극적이었던 정부는 채권자 역시 일부 손실을 감수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치열한 협상과 소송이 벌어질 것이다.

각국 정부는 구제금융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를 더 거둬들이거나 세금 자체를 올릴 것이다. 파산 전문 변호사와 로비스트들이 호황을 맞겠지만 나머지 직업군에는 그야말로 재앙적인 시나리오다.

Fed가 채무보증에 더해 기준금리를 연 -3% 정도까지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마이너스 금리는 많은 기업과 지방정부를 부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일반적인 통화정책처럼 총수요를 진작하고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유럽 일본 등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마이너스 금리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 금융회사와 연기금, 보험회사 등이 대규모로 현금을 쌓아놓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이 일반 예금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현금을 예치할 때 기간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하는 등 각종 규제를 조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다. 작년 Fed가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할 때도 마이너스 금리는 제외됐다. 은행권의 일부 로비스트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반기지 않는다. 제대로 작동만 하면 은행 이익을 해치지 않을 터인데도 그렇다.

이번 경제 위기는 재정 대응만으로 풀어가기 어렵다. 경제 전반의 신용에 영향을 미치는 건 통화정책이기 때문이다. 현재 물가상승률과 실질금리가 모두 낮은 상태다. 이제 실효성 있는 정책은 상당한 정도의 마이너스 금리뿐이다.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대폭 낮추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엔 큰 호재가 된다. 특히 많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들은 채무위기 상황에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신흥국 및 개도국에서의 자본 이탈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기준금리를 제로 이하로 내리는 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 부양의 시작점은 될 수 있다. 앞으로 수년간 균형 실질금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적극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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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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