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전망 확대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일 ‘전 국민 고용보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여당에서 아이디어가 잇따르고 있고, 정부 관련 부처들도 조속한 시행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전 국민 고용보험제’의 큰 그림을 담을 예정이다.

전체 2500여만 명의 근로자 중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된 근로자가 1000만 명가량에 달한다. 대기업·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99%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에서 40% 선에 그치고 있어서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 시간제 취약계층 근로자들이다. 제대로 된 보호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풀어야 할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만큼 의욕만 앞세워 밀어붙이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자영업자, 플랫폼 종사자, 특수고용직(특고), 프리랜서, 단기근로자 등은 저마다 다양한 지위와 특성을 갖는다. 이 중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근로자성’에서 문제가 없는 만큼 정책의지가 있다면 가입에 큰 문제가 없다.

특고,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은 사용자가 다수이거나 특정하기 힘들어 세심한 접근이 필수다. 최근 사법부가 노동조합법상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추세지만 직장가입자 요건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은 다른 문제다.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탓에 가입률이 0.38%에 불과한 자영업자의 가입도 봉급생활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난제들을 풀기 위해선 ‘한국형 실업부조’로 준비되고 있는 ‘국민취업지원제’와의 연계가 선행돼야 한다.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며 구직활동을 돕는 실업부조가 도입되면 하위계층 사각지대의 상당부분이 커버된다. 당초 오는 7월부터 시행예정이었지만 준비 소홀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정부의 입법노력이 배가돼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고용보험의 핵심은 재원이다. 고용보험은 2018년 8082억원 손실을 내며 이미 적자전환했다. 작년에는 적자가 2조877억원으로 급증했다. 재난지원금에서 기부를 압박해 적자를 땜질하고 문제가 생기면 ‘세금으로 막겠다’는 식의 거친 발상은 금물이다. 혹여 정치적 의도로 밀어붙인다면 갈등은 커지고 제도는 기형이 되고 말 것이다. 뜨거운 가슴만이 아니라 냉철한 머리로 지속가능한 구조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