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을 둘러본 국내 기업인들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한국무역협회 회장단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혁신적 변화에 깜짝 놀라면서 이대로 가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전시된 콘셉트 제품 하나를 보더라도 저 제품이 한국에선 상용화할 수 없는 이유와 규제가 10개 이상 떠오른다”고 한탄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현실에 대한 발언도 쏟아졌다. “열정과 패기로 무장한 전 세계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생존하려면 기업가 정신부터 살려야 한다”(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우리 사회가 스타트업의 미래를 막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박 회장) 등 걱정이 많았다. 스타트업에 빨리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기업인들은 ‘AI 국가전략’의 속도감 있는 실행도 촉구했다. 인력과 연구, 투자에서 한번 뒤처지면 ‘승자 독식’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AI 투자를 촉진하려면 미국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선순환 관계 형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AI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는 전 세계 ‘톱25 벤처캐피털리스트’에 한국은 없다.

기업인들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는데 CES를 찾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무엇을 느낀 것인지 궁금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강조하지만 CES 현장을 제대로 둘러봤다면 지금처럼 해서는 경기 회복은 물론 미래 대응도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만 해도 그렇다. 대기업의 자유로운 벤처투자 허용, M&A 규제 철폐 등으로 벤처에 더 많은 투자가 몰리게 할 ‘더 큰 촉진법’이 절실하다. 정부가 CES 2020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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