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마켓 4.0' 시대가 오고 있다
소중한 이를 위한 연말 선물을 준비하려고 사람들은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쇼핑몰 같은 온라인 시장에서 여러 형태의 구매 활동을 한다. 쇼핑 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지만 쇼핑이 이뤄지는 장소와 패러다임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은 해마다 전년 대비 약 17% 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쇼핑은 2015년 기준 -0.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온·오프라인 쇼핑의 성장률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쇼핑몰은 더 큰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로켓 배송’ 같은 서비스에 힘입어 온라인 구매의 단점을 해소하면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패턴이 변함에 따라 ‘대마불사’를 외쳤던 대형마트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겼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온라인 매장이라는 복병을 만나 더 힘든 상황이다. 한 시대의 추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정부의 고민인 것 같다. 필자는 ‘마켓 4.0’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필립 코틀러는 저서 《마켓 4.0》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초창기 시장은 ‘제품 위주의 마케팅(1.0)’을 했고 다음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급자가 전달하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2.0)’, 그 이후에는 공급자의 전달보다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전하는 ‘휴먼 스토리 중심의 마케팅(3.0)’이 주를 이뤘다. 이어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져 현재는 온라인의 하이테크와 오프라인의 하이터치 융합 경험이 중요해지는 ‘온·오프라인 마케팅(4.0)’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해외에서 먼저 나타났다. 미국 아마존은 온라인 사업만 하다가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쇼핑 욕구를 온라인에선 만족시킬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후 오프라인 매장의 불편함과 운영비용을 온라인으로 혁신하는 모델인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온·오프라인 융합 무인 매장을 개설했다. 아마존 고는 오프라인 쇼핑 방식이 온라인 쇼핑과 융합해 소비자에게 실물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모두 체험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구매 수요를 창출하고 경쟁력도 높이는 ‘마켓 4.0’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아마존과 반대로 오프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온·오프라인의 조화를 이루는 마켓 4.0 시장과 점포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부산 자갈치시장은 오랜 전통의 수산시장인데, 시장 위치와 현대화되지 않은 인프라 및 시스템, 효과적인 광고의 부족 등 여러 문제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 자갈치시장을 온라인화해 ‘디지털 자갈치 시장’을 열고 온·오프라인을 융합, 소비자가 시장을 구경하면서 음식도 즐기고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도 누릴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서울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도 마찬가지다.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은 연 1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렇게 거대한 시장도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 시장 상품에 쉬 접근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불편하고, 이로 인해 시장의 발전 가능성도 막혀 있는 것이다. 이런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을 디지털로 전환해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새로운 시장으로 재탄생시킬 수도 있다.

마켓 4.0 시대는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카카오택시, 타다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과 기존 오프라인 사업 간 충돌로 혼란을 빚고 있다. 어차피 디지털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면 정부는 기존 산업 참여자들이 각자 사업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게 맞다. 그것이 필연적인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