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잠재성장률 추락을 걱정하면서 구조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경제 성과를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나온 지 이틀 만의 일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가 성숙단계로 진입한 것만으로는 잠재성장률 급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잠재성장률 자체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정 중독’으로 불릴 만큼 ‘돈 풀기’에 주력해온 경제팀 수장이 잠재성장률에 방점을 찍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올 잠재성장률이 2년 새 0.4%포인트나 추락했다는 보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영향받았겠지만, 모처럼 올바른 방향설정이 아닐 수 없다. 홍 부총리가 “규제개혁은 돈 들이지 않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첩경”이라며 총요소생산성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점도 다행스럽다. 기술, 제도, 노사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창출하는 ‘총요소 생산성’이 급락하고 있는 게 우리 경제의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긴가민가한 반응이 주류다. 6개월 전 국책연구소인 KDI까지 나섰을 정도로 많은 전문가가 잠재성장률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뒤늦은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한 의구심이 만만찮다. KDI는 당시 “재정지출 부족 때문이 아니라 낡은 경제시스템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성장률 저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경제팀의 ‘돈풀기’ 집착은 그대로였다.

시장의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정부에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홍 부총리는 산업·노동시장·공공부문·인구구조·규제 등 5대 분야 구조개혁 방안을 연내에 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의 다짐이 또 한 번의 ‘빈말’에 그친다면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놓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