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 사업과 관련해 대출을 해준 기업 216곳을 대상으로 국내외 투자환경을 물었더니 76.9%가 “해외 투자환경이 국내보다 더 좋다”고 답했다. ‘국내로 돌아와 투자하는 이른바 유턴기업이 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없다’는 답변이 78.7%였다. 국내 투자환경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보여준다.

기업들의 이런 인식은 밖으로 빠져나가는 해외투자 급증과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에서 빠져나간 해외투자는 1년 전보다 13.3% 증가한 150억1000만달러였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반면 올해 2분기 국내로 들어온 FDI는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한 67억달러(신고 기준)에 그쳤다.

이 흐름을 역전시키려면 국내 투자환경을 더 좋게 만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 대책에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턴기업 지원만 해도 그렇다. 기업의 78.7%가 유턴할 의향이 없다는 건 정부 지원이 기업의 기대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유턴기업 선정 자격, 해외 사업장 축소 기준 등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기업들은 “그 정도로는 유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내로 돌아와 투자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란 질문에 기업들은 세제·금융지원과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3종 세트’ 지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증여세, 높은 법인세율, 수도권 입지 제한 및 환경 규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일 것이다. 기업 유턴에 성공하는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선진국은 기업이 요구하는 지원으로 화답하는 반면, 한국은 말로는 유턴을 지원한다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 유턴에 불을 붙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3종 세트’ 지원을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