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 땅에 바짝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적극행정 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실행계획을 만드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적극행정이 정착하거나 확산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적극행정은 보상하고 소극행정은 제재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총리가 부족하다고 말한 그 뭔가가 상벌의 문제인지, 현장의 공무원들이 이런 진단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적극행정’을 강조하지만 이전의 실패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적극행정 면책제’는 새로운 게 아니라 2008년에 이미 도입됐고, 2013년에는 감사원법에 ‘적극행정을 위한 면책조항’이 신설됐다.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직접 독려하면서 면책과 파격적인 인센티브 부여를 지시한 바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위해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소극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을 문책할 것을 여러 번 주문했고, 감사원장은 적극행정을 위한 사전 컨설팅 방안을 내놨다. 민관합동 공직인사혁신위원회는 적극행정에 대한 ‘파격 포상’ 시행도 권고했다. 하지만 ‘보신주의 소극행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공무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일하면 직권남용에,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 시비에 휘말린다”는 게 공직사회 인식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적폐수사’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고소·고발이 빗발친 것이 이를 더욱 고착화시켰다는 평가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단죄하는 상황에서 인센티브나 면책 같은 것은 공허한 말잔치로 들릴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방침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말 따로, 행동 따로”라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감사원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정책 판단에 ‘사후평가 잣대’를 들이댄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행정이건 감사에 대비한 논리부터 미리 챙겨야 한다”는 공직사회의 ‘보신주의’가 생겨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호한 법령을 그대로 두고 적극행정으로 풀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해석이 엇갈리는 규제가 있다면 법령을 개정해 그에 따라 집행하도록 하는 게 정도일 것이다. 시민단체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법령 개정을 꺼리는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적극행정으로 해결하라는 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을 넘어 ‘낙지부동(땅바닥에 낙지처럼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면 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핵심은 공무원에 대한 상벌과 면책이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 데 있다. 정권에 따라 정책 판단을 사후적으로 단죄하고 보복하는 후진적인 정치, 감사원의 예측 불가능한 무소불위 정책감사, 곳곳에 널린 모호한 법령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