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미 정상회담 공동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신(新)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 전략으로 제시한 이 정책에 문 대통령이 협조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이 전략은 중국의 팽창주의적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동남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한다는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대한 맞대응이다. 미국은 일본·인도·호주와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베트남·싱가포르를 적극 껴안고, 친중 성향의 필리핀까지 끌어들이려는 외교·군사 행보를 서둘러왔다. 미·중이 오사카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전쟁에서는 일단 ‘휴전’한 셈이지만, 안보·군사적 대립까지 쉽게 해소될 상황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한·미 동맹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지역·글로벌 이슈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했다. “지역·글로벌 이슈에서도 양국은 동맹국으로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도 역설했다. 맞는 말이며, 최근의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꼭 필요한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반복해 강조한 사실이다. 한·미 동맹이 거듭 강조된 것은 역설적으로 양국 사이에 극복해야 할 간극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일 수 있다. 어떻든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협력 천명’이 일시 편하자고 하는, 스쳐가는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중 사이의 변화무쌍한 갈등·대립을 봐도 그렇고, 양국의 동맹관계를 봐도 그렇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애매한 중간자로서는 국익을 지키기는커녕 우리가 설 자리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외교전략 부재’를 달리 표현한 수사라면 더욱 위험하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근본 가치에 부합하는 우방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하고, 분명한 원칙에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