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민간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일자리 성적’을 평가해 8월께 공개하고, 내년에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회사는 근로 여건이 좋고 임금 수준이 높아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꼽힌다. 그런 일자리가 조금이라도 더 늘어나도록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기여도’를 따지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산업은 역대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인해 활력을 잃어온 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및 대주주 적격성 규제, 개인 간 대출 등 핀테크 분야 기업들은 금융회사의 출자제한 규제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돕겠다며 신용카드 시장에 개입해 수수료를 무리하게 낮춘 탓에 카드업계에서는 감원 한파가 불기까지 했다. “정부가 멀쩡한 일자리를 없애고, 새 일자리를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가 금융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기 원한다면 이런 정책 잘못을 바로잡는 게 순서다.

더구나 비대면 거래 증가 등의 금융환경 변화로 은행의 인력수요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을 억지로 늘리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져 경쟁력만 갉아먹게 될 것이다. 금융사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단기 일자리만 늘릴 가능성도 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 신산업을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시급하다. 금융회사를 통제하려는 정부 관행을 바로잡지 않으면 금융산업의 발전과 좋은 일자리 확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