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티앤엘, 公기관 '갑질'에 속앓이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 유연탄 물류업체인 금호티앤엘이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이중으로 부과한 부두 사용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감사원까지 나서 문제를 지적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두 공공기관은 ‘복지부동’이다. 공공기관 ‘갑질’에 기업만 속앓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티앤엘은 2013년 8월부터 전남 여수 낙포석탄부두에서 유연탄 하역·보관·운송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배로 실어온 유연탄을 저장고에 보관했다가 금호석유화학과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등에 공급한다. 저장 능력은 하루 40만t, 연간 400만t이다. 일반적으로 석탄부두에서는 유연탄을 야외에 쌓아두지만, 이곳에선 밀폐된 저장 시설인 사일로(사진)에 보관하기 때문에 해양 오염이나 분진이 발생할 위험이 적다.

금호티앤엘은 2007년 11월 여수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낙포석탄부두 유연탄 물류 시설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다. 금호티앤엘이 약 81억원을 투자해 물류 시설을 짓고 해당 시설을 국가에 귀속하는 조건이었다. 대신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은 금호티앤엘에 연 5억~6억원의 부두 사용료를 투자액에서 공제해 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제된 사용료는 약 27억3700만원이다.

그런데 2013년 1월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이 낙포석탄부두 관리권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이관하면서 이중 사용료 부과 문제가 불거졌다. 관리권을 넘겨받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금호티앤엘에 별도 임대료를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금호티앤엘은 2014년 연 16억원의 임차료를 내는 조건으로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2013년부터 올해까지 책정된 임차료는 약 60억원에 달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이 가운데 금호티앤엘이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 납부한 사용료를 제외하고 약 29억원을 임대료로 청구했다.

기존의 사용료에 더해 임차료까지 추가로 내게 된 금호티앤엘은 억울해하고 있다. 임차료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금호티앤엘 측 설명이다. 감사원도 2016년 8월 임대료 부과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주의 조처를 내렸다. 당시 여수광양항만공사도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금호티앤엘은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에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상대로 무상사용권 확인,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