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신(新)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대비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7개 보험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 투자 비중이 전체 운용자산의 20%를 넘었다. 보험사들은 해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주로 투자한다.

보험사, 해외투자 확대… 상한선 30%에 육박
한화생명은 주식·채권 등 해외 유가증권 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하면서 전체 해외 투자 규모는 23조3942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말보다 1조4790억원(6.7%) 증가했다. 업계 최대 해외 투자 규모다. 그 결과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25.5%에서 6월 말 27.0%로 높아졌다. 동양생명(25.8%), 현대라이프(24.0%), 처브라이프(23.3%), 교보생명(20.8%) 등도 해외 투자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손해보험사에서는 롯데손해보험 해외 투자 비중이 작년 말 23.7%에서 6월 말 25.2%로, MG손해보험도 이 기간 21.9%에서 22.0%로 각각 높아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험사의 해외 투자는 연평균 30%씩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영업에서 생긴 손실을 자산운용 수익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보험사 임원은 “연 6% 이상인 확정형 고금리 저축성 보험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기대수익이 높은 해외 채권이나 대체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 푸본생명이 2대 주주인 현대라이프는 해외 투자 비중을 작년 말 19%에서 지난 6월 말 24.0%까지 늘렸다. 푸본생명이 지분을 출자하기 전인 2012년 12월까지만 해도 해외 투자가 전무했지만 이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선 대만 보험사들은 해외 투자 비중이 60%를 넘는다.

IFRS17 시행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보험사들이 해외 장기 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FRS17 하에서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 채권 투자로 자산과 부채 만기를 비슷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사가 매입할 수 있는 장기채가 충분하지 않고 수익률도 해외보다 낮아 해외 장기채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보험사 해외 투자 비중이 현재 보험업법상 상한선인 30%에 근접하면서 투자한도를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해외 자산운용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해외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한도 규제가 보험사의 효과적인 자산운용과 산업 전반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며 “IFRS17 시행을 앞두고 해외 자산운용 규제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