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이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공습이 매섭다. 이들 기업은 드라마 예능 영화 웹콘텐츠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국내 영상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내 시장이 초토화될지 모른다는 탄식이 높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시장 잠식을 외국 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방송·통신·포털 간 영역이 급속도로 해체되는 해외에서와 달리, ‘칸막이식 규제’로 일관해온 국내 방송통신 정책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넷플릭스도 국내 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국내 진출이 충분히 예고됐지만 방송·통신·포털 등을 옥죄는 인수합병, 콘텐츠 등과 관련한 규제는 그대로였다. 심지어 정부는 SK텔레콤이 ‘한국판 넷플릭스’를 꿈꾸며 시도한 CJ헬로비전 인수를 좌절시키기까지 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자 방송·통신·포털 등이 뒤늦게 방어에 부산하지만 개별적으로 경쟁하기에는 벅찬 형국이다. 국내 기업이 공동전선을 펴려면 인수합병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유튜브가 국내에서 급성장한 배경에도 ‘규제 역(逆)차별’이 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해외 업체는 국내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영상을 올릴 수 있지만, 국내 업체는 등급분류 심의에 사후 모니터링 등 행정조치까지 감수해야 한다. 국내 영상 콘텐츠업체가 같은 조건에서 해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원화되면서 불거진 방송통신 정책의 불협화음과 비효율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내 업체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는 K콘텐츠의 무궁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의 잠재력을 국내 시장에서도 폭발시킬 수 있다면 해외 업체들의 공습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영상 콘텐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방송통신 정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확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