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민간인 우주여행 머지않았다
아마존 설립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저스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우주발사체의 비상탈출용 시험 발사가 지난 7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성공으로 베저스 회장은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와 이미 700명의 사전 예약자를 확보한 버진갤럭틱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을 제치고 가장 먼저 우주여행사업의 출발선을 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인은 그저 꿈으로만 여겼던 우주여행이 현실세계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의 우주여행을 실현하는 데는 두 가지 큰 난관이 있다. 하나는 비용 문제이고, 또 다른 난관은 안전성 보장이다. 우주로 보낼 1명의 우주인을 배출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최소 200억원 이상이다. 2008년 한국 최초의 이소연 우주인을 탄생시키기 위해 러시아 측에 지급한 금액도 이 정도였다. 일반인이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블루오리진은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 셰퍼드 우주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게 개발했다. 내년부터 판매 예정인 우주여행 티켓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나 전문가들은 대략 미화 20만달러에서 30만달러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2억원 이상의 고가여서 일반인이 선뜻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며 시간이 갈수록 저렴해져서 궁극적으로는 비행이 중단된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의 티켓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발사체의 안전성 보장은 일반인 우주여행에서 필수요소다. 죽음을 각오하고 여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비행기를 타듯이 안전해야 한다. 뉴 셰퍼드는 이전까지 성능 검증을 위해 8번 시험 발사를 했다. 이번 비상탈출용 시험 발사는 만약의 경우에도 승객 안전에 대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 셰퍼드의 상부 캡슐은 전문훈련을 받은 우주인이 쪼그려 앉는 방식이 아니라 우주여행답게 안락하게 설계돼 있다. 캡슐 공간은 6명이 탑승할 정도로 넉넉하고 각 탑승자 앞에는 대형 창이 배치돼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 창을 통해 지구의 둥근 모습을 보고 무중력 경험도 한다.

우리 모두는 우주에 동경과 경외심을 갖고 있다. 우주인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우주공간에서 지구 모습을 바라볼 때 표현하기 어려운 감회가 벅차오른다고 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가상현실(VR) 장치를 이용해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영화나 TV 화면보다는 현실감이 크지만 말 그대로 ‘가상현실’이어서 실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무리 현실과 유사한 상황을 재현하더라도 가상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등 전문기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240억달러 규모인 우주산업은 30년 후에는 2조7000억달러 규모로 8배까지 성장하리라 추정한다. 성장 배경에는 우주여행산업의 획기적인 기여가 자리 잡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간 우주개발 투자에 소극적이던 영국도 우주여행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스코틀랜드 서덜랜드 지역에 우주공항(space port)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곳은 우주발사장(space launch site) 또는 우주센터(space center)라는 용어를 썼지 우주공항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굳이 우주공항이라고 한 이유는 우주여행산업 발전을 염두에 두고 우주여행에 나서는 일반인도 이용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10월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기술 개발과 예산 조달 등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와 연구소, 산업계가 합심해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와 함께 우주여행시대를 맞이해 우주개발 활동과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예산 증액 등 좀 더 적극적인 접근도 요망된다. 특히 우주 선진국들과의 경쟁에 대비해 우주정책 총괄 기능을 확대·강화할 방안도 논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