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행복 인덱스'가 필요하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의 비밀은 무엇일까. 1729년 만들어진 부탄 왕국 법전에는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쓰여져 있다. 1972년 부탄 4대 국왕은 한 걸음 나아가 이를 계량화했다. ‘국민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현재 부탄의 모든 정책 추진에 활용하고 있다. 국정 목표를 국민 행복으로 규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깊은 성찰을 준다.

30년간 정보기술(IT)기업 현장에서 일하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에 대한 이해와 달성 의지였다. 왜 이 사업을 하고, 고객은 어떤 이득을 얻는지 명쾌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고 믿었다. 국회 입성 후에는 IT와 국민의 삶의 연계성을 고민하며 의정활동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물며 5000만 국민을 품어야 하는 국정 목표는 오죽 뚜렷해야 할까. 그러나 지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에는 목표와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된 지 2년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고, 무거운 규제로 투자마저 미뤄두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산업구조 특징을 살린 4차 산업혁명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IT 리딩 강국다운 ‘디지털 트랜스폼’,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일본은 고령화 문제 극복을 위해 로봇을 중심으로 한 ‘소사이어티 5.0’, 중국은 정보화와 산업화를 동시 추진하는 ‘양화 융합’ 전략을 세웠다. 반면 우리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을 브랜드화하지 못했고, 목표 지향점을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너도나도 사람 중심, 인간의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복의 내용과 기준이 무엇인가’란 질문엔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는 서로 다른 행복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을 내세웠지만 어떤 내용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두는지 목표가 불분명하다.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우려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4차 산업혁명의 목표를 인간의 행복으로 설정한다면 주체별로 행복을 계량화·수치화·지표화할 수 있는 ‘행복 인덱스’가 있어야 한다. 쉽고 간결할수록 좋다. 청년, 경력 단절 여성, 1인 기업, 학계, 산업 현장…. 각 주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복 인덱스를 제시하는 것이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목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