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코피가 나요
어릴 때 아이들끼리 싸우다 보면 주먹다짐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는 기준은 과연 누가 먼저 코피가 터지느냐는 것이었다. 먼저 코피가 터진 쪽이 울면서 패배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코 내부의 혈관이 손상돼 코피가 날 때가 많지만, 사실 이와 다른 이유로 코피가 터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 ‘피로’에 의한 코피가 가장 많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밤을 새워 공부하다 코피를 흘리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피곤하다고 해서 모두 코피를 흘리는 것은 아니다. 심한 피로와 더불어 몸에 허열(虛熱)이 생겼을 때 코피가 난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코피가 나요
따라서 피곤해서 코피가 날 때는 얼굴이나 몸 전체에 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공부에 너무 집중해서 머리가 지끈거릴 때, ‘코피를 좀 흘리고 났더니 머리가 맑아지더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머리로 몰렸던 열이 빠져나가서 일시적으로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흔히 ‘중풍이 올 때, 코피가 터지면 산다’는 얘기들을 한다. 이 또한 상부 쪽으로 몰려간 화나 열이 혈관을 팽창시킬 때 아래에 있는 코의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생기면 머리에 있는 뇌혈관의 출혈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서 하는 말이다. 실제 연구 결과 손가락의 ‘십선혈’에 출혈을 일으키자 혈압이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자주 코피를 흘리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것도 몸에 열이 너무 많아 그런 경우가 많다. 아이가 피곤하고 허약해서 그런 것으로 부모들이 잘못 생각해서 함부로 ‘인삼’이나 ‘홍삼’ 제품을 먹이게 되면 마치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코피는 안정을 취하면서 코 윗부분을 압박시켜주기만 해도 지혈이 잘되는 편이다. 지혈이 잘되지 않을 때는 얼음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피를 삼키는 행위는 좋지 않으며, 일반 휴지보다는 솜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출혈이 잘 멎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코피가 나면 정식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때도 무조건 레이저로 혈관을 지져서 출혈을 막기보다는 출혈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