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결정하면서 군산 지역경제가 ‘패닉’ 상태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큰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한국GM 공장마저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다. 상권은 이미 고사 직전이다. 최근 가동률이 20%를 밑돌던 한국GM 공장 인근은 다섯 가게 건너 한 개꼴로 상점이 비어 있다. 근로자들이 빠져 나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이 쏟아지고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거제와 창원 지역 경제도 군산 못지않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거제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면서 빈집이 급증하고 있다. 인구도 지난해 12월 말 현재 25만4073명으로 1년 전보다 3110명 줄었다. 조선·자동차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이 밀집한 창원도 지역 경제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싼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산과 평택은 활력이 넘친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서산에는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뿐 아니라 석유화학 관련 중소·중견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4년간 새로 터를 잡은 기업만 138개에 이른다. 세계 최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평택은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다. 5만4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고덕국제신도시를 중심으로 택지지구가 20여 개 연결돼 거대한 신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 경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기업이 찾아오는 곳은 번영하고, 기업이 쇠퇴하거나 떠나는 곳은 황폐해진다. 소도시였던 일본 도요타시(市)와 독일 볼프스부르크가 일본과 독일에서 부유한 도시의 하나로 성장한 것은 도요타자동차와 폭스바겐 덕분이었다. 북미 지역 50여 개 주(州)와 도시들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2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도 기업 유치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그만큼 커서다. 미국 디트로이트 등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 도시들이 쇠락한 것은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주요 경쟁국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을 감면해주고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反)기업 정서와 경직된 노동시장, 신(新)산업 진입을 막는 각종 규제, 법인세 인상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것들투성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 그래야 국가 경제도 살고, 지역 경제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