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국회 심사과정에서 올해도 예외없이 ‘쪽지잔치’가 벌어졌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등 ‘실세’들 지역구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챙겼다. 여야는 지난해 20대 국회 출범 때 지역 민원성 ‘쪽지예산’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졌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연기된 것도 예결위 심사 막판까지 의원들의 민원 요청이 쏟아지면서 실무 작업이 지체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역구 예산을 안 주면 협상을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한 의원까지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쪽지예산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산 결정 마지막 단계인 예결위 심사 때 끼어들다 보니 엄밀한 사업 타당성 조사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예산 편성 원칙을 근본부터 흔든다. 쪽지예산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회법(84조5항)은 예결위가 예산을 증액할 땐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와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예결위 소위에서 지역 민원성 예산이 대거 증액됐음에도 이와 관련해 회의를 열어 심사한 상임위는 한 군데도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쪽지예산을 부정청탁으로 해석하고 ‘김영란법’ 위반으로 결론 내리기까지 했다.

위헌 요소도 있다.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예산안 항목의 금액을 늘리거나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막판에 대거 쏟아진 쪽지예산에 대해 정부 동의 절차를 하나하나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이다.

‘혈세’가 더 이상 의원들의 쌈짓돈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쪽지예산에도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결위에서 예산 증액이 이뤄질 때 이를 요구한 의원, 해당 사업, 증액되는 예산을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증액에 대해 해당 상임위 심사와 정부 동의 등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민원을 넣은 의원들에게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쪽지예산은 불법임이 명백한 만큼 검찰은 ‘적폐 수사’ 리스트에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